AI현장
"여러분의 에이전트, 지금도 돌아가나요?"…씽킹AI 서밋 현장, 6명이 만든 대형 게임과 1인 증권 데이터 플랫폼
씽킹데이터에서 사명을 바꾼 씽킹AI가 4년째 서울 서밋을 열었다. 서광덕 한국 지사장, 서동진 넥스트증권 팀장, 강민석 언더독스 공동창업자가 AI의 속도를 실제 성장으로 바꾼 방법을 현장에서 숫자로 풀었다.

"뒤에 잘 들리시나요?"
20일 서울 테헤란로 섬유센터 3층 Tex+Fa Hall. 객석 맨 뒷줄까지 목소리가 닿는지 확인한 서광덕 씽킹AI 한국 지사장이 말을 이었다. "항상 이런 자리가 있으면 제가 첫 순서라 가장 긴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뒤 스크린에는 'TAS 26 · Agentic Growth'가 떠 있었다.
씽킹AI가 여는 'ThinkingAI Summit Seoul 2026(TAS 2026)'은 올해로 4년째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거쳐 서울에 왔고, 지난 4월 씽킹데이터에서 씽킹AI로 사명을 바꾼 뒤 처음 열린 서울 서밋이다. 진행을 맡은 정진영 디렉터는 개회사에서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AI로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AI 덕분에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만드는 속도와 성장하는 속도 사이에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습니다."
이날 무대는 그 간극을 실제로 좁혀 본 사람들의 숫자로 채워졌다. 데이터 엔지니어 한 명으로 증권사 데이터 플랫폼을 처음부터 세운 팀장이 있었고, 120명이 2~3년 걸릴 게임을 6명이 6개월 만에 만든 게임사 공동창업자가 있었다.
"여러분의 에이전트, 지금도 돌아가고 있나요?"

서 지사장은 먼저 회사를 소개했다. 씽킹AI는 2015년 창립해 10년 넘게 데이터 분석과 운영 한 우물을 판 회사다. 전 세계 1,800곳 넘는 고객사, 한국 70곳 넘는 고객사와 일하고, 8,000개 넘는 제품과 연동돼 있다. 게임 업계 레퍼런스로 이름을 알렸는데, 사명을 바꾼 뒤로는 금융·이커머스 등 연락해 오는 업계가 크게 넓어졌다고 했다. "참석자 명단을 보니 게임 업계뿐 아니라 금융, 이커머스 분들까지 정말 다양하게 오셨더라고요."
그리고 객석에 질문을 던졌다. 지난 1~2년 동안 회사에서 AI로 직접 만든 제품이 있는지, 챗봇이든 리포트 자동화든 에이전트 데모든. 이어진 두 번째 질문이 이날의 출발점이었다. "그중에 여러분의 에이전트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나요?" 고객사를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하면 대부분 잠깐 웃고는 "한두 개인 것 같다"고 답한다고 했다. "오늘 이야기는 그 한두 개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숫자가 뒤를 받쳤다. 맥킨지 올해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AI로 개인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지만, AI가 영업이익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기업은 37%로 1~2년 전과 거의 같았다. MIT의 2025년 보고서는 기업 생성형 AI 파일럿의 95%가 측정 가능한 손익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봤다. 가트너는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 말까지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지사장이 꼽은 병목은 세 군데다. 만들 수 있는가, 1년·5년을 버틸 수 있는가, 돈이 되는가. "이 데모가 빙산의 10%라면 운영은 나머지 90%라고 생각합니다. 이 90%를 AI가 직접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데이터 정의, 접근 권한, 예외 처리, 기존 시스템 연동, 틀렸을 때의 책임이 그 90%다. 그는 "주인이 없는 프로덕트에 예산이 가장 많이 사라집니다"라며, 누구의 KPI인지(소유),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지(측정), 무엇을 배우는지(학습)를 먼저 정하라고 했다.

화면이 바뀌자 큰 글씨가 떴다. '월요일 아침, DAU가 12% 빠졌습니다.' 같은 문제를 세 가지 방식으로 풀면 어디서 빨라지는지 비교한 표다. 기존 방식은 주간 리포트에서 발견하고, 데이터팀에 쿼리를 요청하고, 회의를 거쳐 운영팀이 움직인다. AI 도구를 도입해도 빨라진 칸은 'AI가 쿼리 작성' 하나뿐이었다. 에이전틱 방식에서는 에이전트가 이상을 감지하고, 이탈 구간을 추적하고, 담당자는 판단과 승인만 한 뒤, 타깃 푸시와 A/B 테스트가 바로 실행된다. 1~2주 걸리던 대응이 같은 날, 빠르면 몇 분 안에 끝난다. 서 지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 차이가 모델 성능이 아닙니다, 여러분."
그가 남긴 제안은 세 가지였다. 만들기 전에 데이터와 택소노미부터 설계할 것, 도구가 아니라 루프를 만들 것,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 안에 자산을 쌓을 것. 마무리는 첫 문장으로 돌아갔다. "AI의 속도와 발전이 비즈니스의 속도는 절대 아닙니다. 따로따로입니다. 이해하고 배우는 속도가 빨라질 때 성장은 비로소 빨라집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정답이 아닙니다"
두 번째 무대에 오른 서동진 넥스트증권 AI 데이터플랫폼팀 팀장의 첫마디는 겸손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정답이 아니고요. 저도 지금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특정 직무의 전문가라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문제를 찾아 풀고, 직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생각보다 실행을 먼저 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11월 신사업 조직에 합류했을 때 플랫폼은 하나도 없었고, 데이터 엔지니어는 그 혼자였다. 데이터 플랫폼과 고객 여정 플랫폼을 동시에 세워야 했다.
처음에는 AI 코딩의 함정을 그대로 겪었다고 털어놨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지보수가 어려운 결과물, 이해 속도를 앞지르는 코드 양(인지 부채), 모르는 기술은 검증할 수 없는 문제(역량 부채)다. 그가 가장 위험하다고 본 것은 '역량 착각'이다. "AI가 준 건데, 저로부터 나온 것처럼 느끼는 겁니다." 숙련 개발자들이 AI로 24% 빨라질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19% 느려졌고, 정작 본인들은 20% 빨라졌다고 느꼈다는 METR 연구가 화면에 떴다. 결론은 분명했다. "AI로 코드를 만드는 것과 그 코드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롬프트를 다듬는 대신 AI가 일하는 과정 자체를 설계했다. AI가 지켜야 할 '하지 마'를 문서로 묶어 늘 보게 하는 하네스, 코드가 아니라 팀의 결정과 의도를 쌓는 마스터 레포지토리, 여러 워커 에이전트를 지휘하고 요약 보고하는 마스터 에이전트, 중요도별 검증 게이트다. "모든 걸 사람이 검토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 중요도에 따라 게이트를 나눠 놓았습니다." 린트·형식 검사는 AI가 맡고, 정책·거버넌스 변경은 사람이 승인한다.
10월 초 기준 마스터 레포에는 아키텍처 결정 문서 약 80개, 의도 문서 64개, 에이전트 스킬 24개, 커밋 2,700개가 쌓였다. 같은 기간 PR 수는 약 10배로 늘었다. 서 팀장은 "보수적으로 본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가 남긴 교훈은 셋이다. 맥락을 설계할 것, 경계를 코드로 강제할 것,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남을 것. 진행자는 세션을 마치며 "실패를 거듭하며 에이전트의 원칙과 경계를 실무 팀에서 쌓아 온 과정이 생생하게 들렸다"고 했다.
6명 스튜디오가 대형 게임을 서비스하는 법

세 번째 연사 강민석 언더독스 공동창업자는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업체인데 이렇게 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스크린에는 '대AI 시대,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처럼 데이터마이닝하기'라는 제목과 '6명 스튜디오의 에이전트 데이터 분석'이라는 부제가 걸렸다.
신생 업체라는 소개와 달리 이력은 묵직하다. 21년째 게임을 만든 개발자이자 분산 서버 전공 컴퓨터공학 박사다. 넷마블 시절 4X 전략 게임 '그랜드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 총괄 PD를 맡아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 포켓게이머가 꼽은 그해의 전략 게임에도 이름을 올렸다. 1,000명 넘는 대기업에서 30~40명 규모 창업사를 거쳐, 지금은 6명이 일하는 회사를 이끈다.
언더독스가 동남아에서 서비스 중인 전략 게임 '폴라리스'는 그가 예전 회사였다면 약 120명이 2~3년 걸렸을 규모라고 했다. 언더독스는 6명이 약 6개월 만에 만들었고, 퍼블리셔 없이 6명이 직접 서비스한다. "여섯 명이 6개월 만에 만들어 내는 게 AI의 생산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보여 준 것은 작은 회사가 대기업처럼 데이터를 캐는 방법이다. 3~4년 전에는 운영 PM이 의문이 생기면 데이터팀에 메일이나 티켓으로 요청했고, 엑셀이 9개 조직을 오가는 데 1~3주가 걸렸다. 데이터 툴이 나오면서 PM이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게 됐지만, 유저 한 명의 사례에서 비슷한 모집단을 찾아 올라가는 '롤업' 분석은 여전히 3~5일이 걸렸다. 지금은 씽킹AI 위에 에이전트를 얹어, 질문하고 판단하는 사람 한 명만 둔다.
사례도 구체적이었다. 미니게임 참여율이 낮아 보여 "미니게임을 줄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분모를 '실제 플레이 유저'로 바꿔 보니 참여율이 90%를 넘었다. 문제는 미니게임이 아니라 국가별로 다른 적응 속도였다. 강 공동창업자는 "사람 사이에 요청하고, 기다리고, 결과를 받아 다시 검증하는 과정이 극단적으로 줄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로비에서 마지막 세션까지

행사장 로비에는 씽킹AI의 '에이전틱 그로스를 위한 하나의 플랫폼' 패널이 서 있었다. 분석, 참여, 실험, 소셜 리스닝, AI 다섯 축이 가운데 '에이전틱 엔진'을 둘러싼 그림이다. 서 지사장이 무대에서 설명한 감지→판단→실행→검증 루프를 제품으로 옮긴 모습이다.

이날 서밋은 7개 세션, 연사 8명으로 꾸려졌다. 휴식 시간 뒤에는 하길우 클래스101 제품전략팀 리드('AI로 분석은 빨라졌는데, 팀도 빨라졌을까?'), 이승주 씽킹AI 세일즈 디렉터('Agent가 실제 그로스 루프를 수행하려면'), 이승현 블루홀 스튜디오 Seed팀 디렉터('문서보다 빌드를 먼저: AI 에이전트와 바꾼 게임 개발 방식'), 김승권 조슈아앤컴퍼니 대표와 전준영 원스토어 게임사업TF 본부장 겸 넥써쓰 사업부장('AI에게 일을 맡기고 나서, 우리는 무엇을 하게 되었나')이 무대를 이어 갔다. NEXTMADE는 앞의 세 세션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세 연사의 이야기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AI는 이미 충분히 빠르다. 성장의 속도를 가르는 것은 그 속도를 받아 줄 루프와 규칙, 그리고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